[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지난 주 일본에서 열린 "WebX" 행사에서는 일본이 Web3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정책과 개혁 방안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과 토큰 경제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세제 개혁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나서서 토큰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미 지난 해 9월 스타트업이 가상자산으로 투자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도 있다. 이러한 행보는 일본이 블록체인 산업을 어떻게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Redswan CRE의 대표, 에드워드는 필자와 패널토론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흥분된 목소리로 "일본이 얼마나 흥미롭게 변화하고 있는지"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해 주기도 하였다. 그는 현재 일본 등에서 상업용 부동산 RW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나 일본 정부의 의지와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Web3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 활용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그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범죄와 동일시하는 인식, 그리고 규제 상황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규제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블록체인 관련 창업가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받기 일쑤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걸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투자 유치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창업가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다. 이는 심지어 “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라는 모든 창업자의 제1고민보다도 우선한다. 이미 많은 창업가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떠났거나 떠나는 것을 준비중인 이유이다.
정부가 가상자산에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는 기술과 시장에 대한 오해가 한 몫 한다. 중앙정부는 흔히 가상자산이나 코인이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달러에 기반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무서운 성장을 보고있노라면 이는 달러를 위협하기는 커녕 달러의 가치를 강화해주고 중앙정부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거나 기술적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디지털 공간으로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참고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인 테더사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는 한화 13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역시 일찍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하고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해가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면, 두 나라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일본은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발전의 기회로 보고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창업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5년, 10년 후 두 나라의 블록체인 산업의 성과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마침 이번 주는 "Korea Blockchain Week(KBW)"가 열려 전 세계의 주요 블록체인 플레이어들이 한국에 모인다. 이들이 한국의 창업가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 과연 어떤 인식을 가지고 돌아가게 될까? 블록체인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즉 규제와 정책, 사회적 인식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특정 산업군에서 창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받는 사회에서 어떤 도전과 혁신, 창의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탈중앙화된 디지털 경제의 시대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