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주체 부재·대외 의존도 높은 점 등이 취약한 이유로 꼽혀
추석 연휴 앞둔 관망세도 한 몫...전문가들 "추가 하락 가능성" 언급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9일 장 초반 한 때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하회했다. 지난 주말 미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주목할 점은 국내 주식시장의 낙폭이 경기침체 우려의 근원지인 미국은 물론 여타 주식시장과 비교하더라도 유독 크다는 점이다.
국내외 매크로 측면의 불확실성과 함께 수급 측면에서도 기댈 곳이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증시, 수급주체 부재·대외 의존도 높아 더욱 취약
코스피 지수의 8월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8%대를 기록중이다. 9일 오후 12시 현재 2520선을 기준으로 하면 -8.9%의 수익률이다. 코스닥의 경우 11.5%의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이는 여타 주식시장의 낙폭에 비해 유독 큰 것이다. 부진한 경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의 상해종합지수의 경우 -6.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에 이어 최근의 글로벌 주식시장의 약세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 지수의 8월 이후 수익률은 -5.1% 수준이다.
코스피와 유사한 낙폭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닛케이 지수(-8.9%)를 제외하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사실상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8.46%로 글로벌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국내증시가 여타 증시에 비해 과도하게 취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먼저 수급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좀처럼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8월 23일 이후 지난 6일까지 2주간 단 한 차례(9월 2일 2391억원 순매수)를 제외하고는 연일 매도세를 기록했다. 9일 오후 12시 기준으로도 4000억원 가까운 매도세를 기록중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중심의 강한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반기 이후 3조원 가량을 순매도한 가운데, 9월 들어서만 1조9000억원을 팔았고, 이 중 전기전자 업종에서 1조7000억원의 압도적 매도세를 기록중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주의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 외국인 수급 이탈은 증시 하단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국내 증시가 유독 취약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실적 측면에서 AI 산업, 반도체 성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실적 개선, 모멘텀 강화에 디스카운트받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금융투자세 이슈와 대출규제 강화로 시장 전반적인 활력이 약화된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 또한 미미한 매수세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상 연휴 이전에는 리스크 회피를 위한 주식 매도가 발생한다는 것.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4년간 연휴 전 5거래일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횟수는 11회 확률로 45.8%였고, 연휴 후 5거래일에는 14회로 58.3% 확률을 기록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이를 언급하며 "추석 연휴 전 주식시장은 대부분 소강상태를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주식 거래를 줄여 쉬는 동안 발생할 일이 있는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증시 환경으로, 다양한 환경 변화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올해는 예년보다 시장에서 잠시 발을 떼려는 심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 직후 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되어 있고, 이번 회의에서의 금리인하 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상당한 만큼 추석 연휴 전 매수 심리는 더욱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추가 하락 가능성 열어둬야"
당분간 뚜렷한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 지수 밴드를 하향조정해 2400~2800선으로 제시한다"며 "9월 증시에서 반등을 모색하기는 이르고 11월 초에는 미 대선, FOMC 이벤트를 앞두고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가가 많이 내려오긴 했으나 내년 그림이 좋아보이지 않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변수로 설명 가능한 코스피 락바텀(진바닥)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68배로, 6일 종가 기준 현재 8.63배에 준하는 2560선 내외가 해당한다"면서 "국내외 증시 및 금리 변동성 확대와 내부 수급·심리 공백간 결합은 센티멘탈 언더슈팅 극단에 해당하는 PER 8.03배권, 코스피 2370선 어귀까지의 추가 증시 내홍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보수적 밸류에이션인 코스피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9월 6일 0.89배까지 하락했고, 이는 지난 8월 5일 폭락장(당시 종가 2441선, 현 시점에서 0.87배는 2490선)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며 "현재의 증시 환경은 8월 초와 동일한 악재에 노출된 상태이기에 일시적으로 2500선을 이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관련 악재 선반영 및 학습효과 감안시 2500선 초반 부근에서 주가 복원력이 생성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