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건전성 4등급 19곳 추가 '부실자산 심각'
현재 행안부 소관..."금융위 관리·감독 필요"
시중은행들이 굵직한 금융사고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이,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자잘한 사고들을 꾸준히 터뜨리고 있다. 사고 규모나 사회적 파급력은 덜하지만 그 빈도는 은행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잦다. 조합원들의 쌈짓돈이 모여 설립된 조직이라는 본래 의미가 내부통제 부실로 무색해지는 시점이다.
금융당국마저 상호금융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다며 건전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 상호금융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시중은행에서 연거푸 횡령·배임·부실대출 등 금융사고가 불거지는 가운데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의 사고 수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공시된 사고만 49건이다. 그 종류 역시 임직원·회원간 사적거래, 대출한도 초과부터 허위서류로 인한 불법대출, 자산건전성 부실 등 각양각색이다. 사고금고도 전국에 분포돼 있다.
9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수시공시·제재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임직원·회원간 사적거래,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직원 가족명의 계좌를 이용한 부적정 거래, 고액현금거래 미보고, 공제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발생한 곳은 총 24곳이다.
▲서울 광진의 서울광진 새마을금고(이하 금고) ▲서울 중구의 평화금고 ▲경기 군포의 금정금고 ▲경기 부천의 성곡금고 ▲경기 부천의 북부천금고 ▲경기 성남의 성남제일금고 ▲인천 부평의 청천금고 ▲부산 연제의 거제4동금고 ▲대전 대덕의 대청금고 ▲세종의 세종금고 ▲경남 양산의 상북 금고 ▲충북 청주의 모충금고 ▲전북 익산의 이리평화금고 ▲강원 강릉의 포남금고 ▲전남 나주의 나주동부금고다.
각종 사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곳도 다수였다.
경기 성남의 성남중부금고에서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부당업무지시,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수수, 분사무소(분점) 매입 관련 허위용역계약 체결 등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해당 금고 직원들의 처벌 수위는 임원 해임(1명), 직원 징계 면직(1명)·정직(4명), 감봉(2명)이다.
부산 중구의 자갈치금고에서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특정 채무자에게 특혜성 금리 제공, 특정 감정평가법인 선정을 위한 전산 조작, 대출 실행을 대가로 공제가입 강요 등이 벌어졌다. 처벌 수위는 임원 1명 견책, 직원 2명 감봉·1명 징계면직이다.
광주 동구의 동광주금고에서는 취득이 제한된 물건을 담보로 취득해 공동대출을 부적정하게 취급했다. 해당 금고의 상근이사는 견책, 전무·상무는 감봉 1개월, 차장은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서울 강남의 강남영동금고에서는 예산 부당집행(업무상 횡령·배임)과 부적정한 포상비 집행이 발생했고 해당 직원 둘에게는 견책과 면직처분이 내려졌다. 서울 종로의 명륜금고에서는 부장 은모씨가 제세금을 직원 계좌로 임의 입금한 일로 감봉 1개월에 처해졌다.
▲전북 정읍의 감곡금고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감봉 3개월 ▲서울 강서의 염창동금고에서는 무자원송금(실제 송금한 사람이 없는데 전산작업으로 송금 처리) 횡령 ▲대구 동구의 동촌금고에서는 고액현금거래 부적정 보고와 대의원 선거 부적정 업무 ▲경기 광명의 광명금고에서는 총 직원 9명이 불공정 공제판매를 일으켰다.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4등급을 받은 곳은 19곳이다.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상 4등급은 ‘부실자산 규모가 심각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한다. 4등급 이하면 경영실태 종합평가등급이 1~3(보통)등급이어도 경영개선권고를 받는다. 경영개선은 ‘권고-요구-명령’으로 나뉘는데 권고 단계에서도 합병 대상이 된다.
▲전남 보성의 보성금고 ▲대구 달서의 달서금고 ▲서울 광진의 광진제일금고 ▲경기 이천의 이천우리금고 ▲서울 송파의 가락금고 ▲서울 서초의 서초금고 ▲서울 은평의 우리들금고 ▲서울 중구의 청계금고 ▲경북 구미의 구미금고 ▲서울 동작의 한강금고 ▲대구 달서의 이곡금고 ▲서울 영등포의 신길2동금고 ▲서울 영등포의 영등포당산금고 ▲대구 달성의 유가금고 ▲전남 폭포의 목포동부금고 ▲대구 동구의 동구금고 ▲대구 동구의 아양금고 ▲서울 동작의 신대방금고 ▲전북 순창의 순창금고다.
불법대출이 도드라진 지역도 있다. 대구 동구의 불로봉무금고에서는 건설사인 시온토건의 허위계약서류로 인한 불법대출이 발생했다. 금고가 시온토건에 실행한 대출액은 102억564만원으로 이 중 회수액은 18억550만원, 미회수액은 84억원이다. 대구 서구의 대평금고에서도 같은 건설사에 같은 방식의 불법대출이 이뤄졌다. 대평금고의 대출액은 154억800만원으로, 회수액은 5억4047만원, 미회수액은 148억6752만원이다.
지난 달 말 행안부가 발표한 '새마을금고 2024년 상반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전국 1284개 새마을금고의 총 대출잔액은 18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조3000억원(3.9%포인트) 줄었다. 손익은 마이너스(-) 1조2019억원이다.
전체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5.07%에서 7.24%로 6개월 새 2.17%포인트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신협·농협·수협·산림협동조합의 연체율은 2.97%에서 4.38%, 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6.55%에서 8.36%로 높아졌다. 시중은행은 0.38%에서 0.42%다.
“금융당국이 감독해야”
그간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새마을금고의 부실경영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새마을금고의 전문적 관리·감독·지도(2016년), 새마을금고의 철저한 관리·감독 방안 마련(2019년),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강화(2020년), 지역금고 이사장의 연임 금지 강화(2021년), 새마을금의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원회로 이관(2022년), 새마을금고의 부실 대출 조사(2022년) 등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증가와 부실 대출, 대출 사기 문제를 전문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금융위원회가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새마을금고 감독은 행안부장관이 담당하고 금고의 설립, 총회의 의결, 합병, 설립인가 취소와 관련한 사항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감독한다.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은 장관이 금융위와 협의해 감독하며 장관은 필요하다면 금감원장, 예금보험공사장,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장에 지원요청도 할 수 있다.
국내 금융사별 규제기관은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저축은행·신협은 금융위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산림조합은 산림청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상호금융업권과 가진 간담회에서 "상호금융권은 특수성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았지만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대원칙하에 다른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배구조, 영업행위, 부실 정리 등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순차적으로 관계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같은 상호금융업권이라도 동일한 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상호금융기관 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 건전성 감독이 여타 상호금융기관과는 달리 별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협법과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현재 농협, 수협, 산림조합에 적용되고 있는 신협법 제95조 및 '상호금융업감독규정'이 새마을금고에도 적용되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회와 마찬가지로 조합(금고)의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준법감시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조합의 부실화가 미치는 영향이 중소형 저축은행보다 클 수 있음에도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조합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