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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현 거시정책 조합이 시장에 보내는 명확한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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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현 거시정책 조합이 시장에 보내는 명확한 시그널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9.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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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증시를 바라보면서 구조적인 문제들 이외에 거시 경제 정책 조합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게 된다. 

물론 거시 경제 정책의 목표가 증시 부양에 맞춰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기적인 증시 부양책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증시에 독이 된 경우들이 있었다는 점, 장기적으로 탄탄한 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 정책보다 안정적 거시 경제의 운영과 이를 바탕으로 한 내실 있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거시 경제 정책 조합 구축에 있어 증시를 고려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 정책 조합이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이고, 장기적으로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울 때 이를 고려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정책 조합은 경제 정책을 조화롭게 결합해서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특정 경제 상황에 맞추어 재정과 통화 두 거시 경제 정책을 동시에 활용해 경제 성장, 물가 안정, 고용 증대 등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개념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 즉 통화정책으로 물가에 대응하고 재정정책으로 침체를 방어하는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과거 미국의 경우 80년대 고물가 시기에 이러한 정책이 사용됐고, 이는 90년대 이후 미국의 안정기를 이끈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리고 긴축적 통화정책에 의해 압박을 받던 증시는, 이후 낮아진 물가와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긴축과 긴축의 정책조합

최근 우리나라 거시 경제 정책 조합을 보면 재정적으로도 긴축적인 정책을, 통화정책 상으로도 긴축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 불안이 여전하고, 강한 경기 확장이 이어지고 있는 경우에 제시되어야 할 긴축과 긴축의 정책 조합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경우에는 지난 정부에서 높아진 부채 부담을 이유로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안도 명목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제시한 상황이고,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와 가계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긴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2분기 성장률에서 나타난 심각한 내수 부진과 이미 하락 추세가 분명한 물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정책당국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응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소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 및 선발 시스템의 변경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까지 제안하고 있고, 부동산과 가계 부채 문제를 감안한 중립적인 금리 수준은 거시 경제 상황만을 감안할 때 중립적인 수준보다 높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부동산 가격 급등과 프로젝트 금융 부실화의 근원에 저금리와 가계의 영끌 매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텐데, 이 때문에 글로벌 금리 인하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앞으로 해 나갈 선택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정책 조합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정치적 입장 차이나 경제 이론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아쉬워하고 있고, 한국은행 총재는 그러한 표현에 섭섭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정책 조합의 적정성이나 옳고 그름은 두 번째 문제다. 글로벌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거시 정책 조합 하에서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평가할 뿐이다.

그렇다면 증시 투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지금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내수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이 늘어날 것이다. 긴축 재정은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들 것임을 의미하고, 긴축적 통화정책은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유지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동성 효과의 하나인 자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통화가치 평가 절하에 따른 수출 기대도 약화될 수 있다.

즉, 부진한 내수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수출 상황 하에서 긴축+긴축 정책 조합은 투자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올해 상반기 중 국내 투자자의 이탈 하에서도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8월 이후 빠르게 순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의 되돌림 뿐 아니라, 우리 거시 경제 정책 조합에 대한 부담 때문일 수 있다. 

물론 한국은행의 경우 결국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한국은행만 계속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부담에 대응하지 못한 중앙은행이라는 오명보다 글로벌 통화정책에 역행하다가 내수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 중앙은행이라는 오명이 더 아파야 정상이다. 정부 역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채 증가를 감수하면서도 재정을 더 많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현재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건전 재정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경기부양 보다는 건전재정과 부동산 안정에 방점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 증시 투자자들은 내수 부양과 성장률 회복이라는 목표가 건전 재정과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보다 더 뒤에 놓여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 물가가 안정권에 접어들자 바로 금리 인하를 시작한 유럽, 캐나다 등 주요국과 역사적으로 보면 낮은 실업률 하에서도 빅스텝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미국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정부부터 빠르게 늘어난 정부 부채 문제 ▲부동산 가격을 둘러싼 국민 정서 문제 ▲남아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부실 문제 ▲지난 긴축 시기 상대적으로 작았던 금리 인상 폭 ▲금리 인상을 제약해 온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 ▲나아가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환율 변동성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정부든 한국은행이든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정책 당국들은 ‘각자’ 제약 요인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과 자신들의 정당성 주장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결정한 거시 정책 조합 상황에서 이미 글로벌화된 국내외 투자자들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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