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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위협하는 중국의 '가전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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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위협하는 중국의 '가전 굴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9.1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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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베끼기에서 탈피, 기술력 뽐낸 中 가전 기업
조주완 LG전자 사장, TCL 보며 "경계심 가져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마련된 중국기업 TCL 부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올해 IFA에서 중국 업체들이 존재감이 급격히카지고 있다. TCL,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의 가전 업체들은 세계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들이 '가장 먼저 찾은 전시장'으로 '경계 1호'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과 LG를 베끼기만 하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기술력까지 더해 시장의 큰 플레이어가 됐다"며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는 앞으로도 더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 'IFA 2024'에 참가한 139개국 2200여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300여개 정도로 참가국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단순히 참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먹힐 만한 신제품과 기술이 적지 않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LG전자와 비슷한 제품 내놓기에 혈안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럽 시장에 맞는 저전력 기술과 디자인 차별화, 고급화에 포커스를 맞춘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해 전시한 각종 빌트인 가전은 이전과 달리 디자인과 질적인 측면에서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중국 가전 업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중국 업체 전시를 보니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며 "중국 기업은 폄하 대상이 아닌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프리미엄 전략이라고 무작정 비싼 가격이 아니라 약간 낮은 가격대 제품도 수입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일본 회사들이 프리미엄만 하고 가성비 제품은 안 하다가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전철은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CL은 TV와 냉장고, 컴퓨터, 게이밍기어, 폴더블 스마트폰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가전을 전시했다. TCL은 예술, 환경, 패션, 젊음, 혁신, 영감(Inspiration) 등 모두 6개 구역으로 전시 부스를 구분했다. 특히 TV 시장에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TCL은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개했던 세계 최대 크기 115인치 QD 미니LED TV를 전시관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TCL은 종합 가전기업을 표방하며 빌트인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와 게이밍기어, 폴더블 스마트폰 등을 전시해 사뭇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조 대표는 IFA 2024 개막 첫 날 TCL 전시관을 둘러본 뒤 "제품의 만듦새나 디자인, 마감 등 전체적인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제 정말 많이 따라온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의 하이센스와 하이얼 역시 대형 TV나 빌트인 가전 등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하이센스는 전시관 입구부터 163인치 등 대형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다. 또 롤러블 TV를 비롯해 안경 없이도 구현되는 3D TV, 스크린 레이저 TV 등을 선보였다. 하이얼 역시 빌트인 옷 관리 시스템, 오븐,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운영했다. 특히 서랍 방식의 냉동실을 갖춘 냉장고가 인상적이다. 하이얼은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에 민감한 유럽 시장에 맞춰 '빌트인'과 '친환경'에 방점을 찍은 제품군을 선보였다.  

첨단 제품과 소비자 맞춤 제품군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어느새 삼성전자와 LG전자 턱밑까지 쫓아왔다. 한국과 중국 업체 간 경쟁은 TV 시장에서 뜨겁다. 

지난달 2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브랜드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9071만7000대로 집계됐다. 브랜드별로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하이센스와 TCL, LG전자, 샤오미 순으로 이었다. 트렌스포스는 "TCL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지만 유럽과 신흥 지역에서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2분기 출하량이 668만대를 기록했고, 분기 및 연간 성장률이 10%를 넘었다"며 "TCL이 올해 전체 출하량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상적인 건 중저가 TV 수요 확대로 중국 업체의 주력 제품군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는 점이다. 트렌스포스는 "TCL, 샤오미, 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는 미니 LED 존(zone)의 수를 줄여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제품을 제공해 소비자 수요를 자극했다"며 "3곳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이 2025년에 킬러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 TCL에 미니 LED TV 시장 점유율을 추월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623만대를 기록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점유율은 53.3%와 22.5%로 집계됐다. 하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트렌스포스는 "2025년까지 OLED TV 비용을 효과적으로 최적화하지 못하고 더 많은 주요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하면 출하량이 600만~650만대 사이에서 정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가전굴기'에 한국 업체의 긴장감이 감돈다. 올해 IFA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K-가전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위태로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K-가전과 질적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비슷해져서다. 

이런 위기감 속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한 'AI홈'으로 중국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AI를 구현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성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거대 AI 플랫폼에 기반한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LG전자는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개인화되고 소통하는 가전 제품 경험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전체를 AI홈 체험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비스포크 AI' 가전은 음성비서 '빅스빅'을 통해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도록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LG전자 역시 AI홈 체험공간 전시에 나섰다. LG전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전 제품을 맞춤형으로 운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IFA 2024에서 처음 공개한 LG 싱큐 온(LG ThinQ ON)은 발화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주변 환경 등을 파악해 집안 상태를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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