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포용금융에서도 성과를 낸 인뱅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지만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악성 채무' 무수익여신이 증가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안정적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가로막혔다. 포용금융 확대와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점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케이뱅크는 33.3%, 카카오뱅크는 32.4%, 토스뱅크는 34.9%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유지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제시한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치는 30%다.
포용금융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중·저신용자대출 확대의 영향으로 무수익여신이 늘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늘었고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027억원으로 39.5% 늘었다. 토스뱅크는 8.9% 증가한 1365억원을 기록했다. 설립목적인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포용금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건전성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담보대출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목소리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주담대 확대도 요원해졌다. ‘대출 갈아타기’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담대 규모가 크게 늘면서 저금리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던 인터넷은행이 눈총을 받게 된 것이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뱅이 가장 손쉽게 자산과 수익을 성장시킬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대환은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 잘 내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주면서 뺏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업은 금융당국이 생각했던 혁신이나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먼저 금융당국은 올해 초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하고 대출 갈아타기 활성화를 추진했다.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터넷은행은 낮은 금리를 제공했고 금융 소비자들은 이를 선택했다. 당국 독려에 발맞춘 인터넷은행이 '주범'으로 몰린 셈이다. 금융 소비자에게 이자 절감이라는 혜택을 제공한 점은 외면됐다.
또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절반 이상은 대환 목적이다. 대환은 기존에 이미 있던 대출이기 때문에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62%(1조 6740억원)가 대환 목적이었으며,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전체 신규 대출 중 67%가 대환 목적이었다. 더불어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 잔액을 합해도 5대 시중은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주담대 증가를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
인터넷은행의 설립목적에는 포용금융뿐 아니라 금융혁신도 있다. 금융당국과 소비자 모두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통해 기존 은행 산업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포용금융이 지속되어야 하며, 포용금융 지속을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용금융 계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은 신사업 인·허가 등에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진정 인터넷은행이 '메기'가 되길 바란다면, 건강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